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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의 호주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왔다.

히저리 2024. 9. 7.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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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가 곧 만기가된다. 영주권을 받기위해서는 해당 직업군 리스트에있는 직업으로 이직해서 스폰을 받아야했다. 다행이도 비자가 만료되기전에 극적으로 스폰서를 찾았다. 그리고 5년간 일했던 회사를 나오고 영주권을 위한 이직을 했다. 그래도 5년간 일한 회사인데 퇴사하면 시원섭섭하고 가끔씩 그리울줄 알았는데 시원하기만 했다. 그래도 해보고싶었던 카지노 딜러일도 미련없이 해봤다. 정말 미련이 없다.

 
비자는 만료가 되어가는데 나는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국에 돌아가고싶은지 아니면 호주에 남아서 쭉 살고싶은지... 매일 수십번 생각이 바뀌었다. 그러나 물리적인 시간이 없었기에 스폰서쉽을 몇천불씩 들여서 일단 진행했다.
 
사람들은 말한다. 영주권을 받으려면 고용주밑에서 몇년간은 꾹 참고 또 참아야한다고 했지만 나는 원치않는 일을 최소 4년이상 할 자신이없다. 아니나다를까 큰 회사에서 일했다면 겪지않아도 됐을 낮은임금과 부당하고 비인격인 대우를 직접 겪고 목격했다. 이런 고통을 감내하며 4년을 버티고나면 나는 호주에서 행복할까..질려서 돌아가고 싶어질지도..
 
나이가 들다보니 인생에서 한살이라도 젊을때 한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 들었다. 돌아보면 나의 인생은 10년단위로 의미있게 나뉘었다.
 
나의 20대는 여느 청년들과 다를바 없이 열심히 살았던 20대의 청년이었고 한사람과 10년을 연애했다. 나의 30대는 호주와 베트남에서 공부하고 직장생활을했다. 타지에서 문화차이, 언어차이, 텃새 등을 버티며 그렇게 10년을 보냈다. 그리고 어느덧 40살이 되었다 🥹(속상;;) 나의 40대는 한국에서 보내게 되려나...그러면서도 아직도 호주의 여유로운 삶이 좋기도 했다.
 
세상에 완벽한 곳은 없다. 하나를 선택했으면 다른 하나는 버려야한다. 호주의 여유로운 삶이 좋아도 아직 시스템적으로 속터지게 답답한 부분들이 많다. 그리고 항상 이방인라는 보이지않는 벽과 싸워야한다. 한국의 삶은 뭐든 빠르고 편리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는 그 편리한 시스템을 유지하기위해 매일 빡시게 일해야하고 우리는 일에 찌들어 간다. 다른말로 헬조선이라고도 한다. 여긴 참 바쁘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삶도 의식해야하고.. 한국의 삶이 꽤 피곤한것은 맞다. 누군가 그랬다.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 외국은 재미없는 천국이라고 ㅎ 나도 어느정도 공감한다. 선택하지 않은길은 누구도 가볼 수 없다. 그리고 어느길을 선택했던 후회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가보지않은 길은 언제나 더 나아보일테니까... 아무튼 나는 영주권때문에 그 말로만듣던 비자노예가되어 살고싶지 않았고 고심끝에 진행중이던 비자 스폰서쉽 과정을 철회하고 귀국을 결정했다. 덕분에 몇천불이 홀랑 공중으로 날아갔다. 그래도 4년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문당하는것보다는 낫다고 스스로 합리화시키며... 나는 소중하니까.. 
 
귀국짐이 많기때문에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둔 마일리지를 사용해서 비지니스로 업그레이드했다. 정신없이 이사준비를 하고 정들었던 집을 비워주고 친구와 울면서 작별인사를 하고 정신차려보니 어느덧 한국에 왔다. 마음이 많이 심란했다. 내 나라에왔는데 왜 이렇게 어색한지 첫날의 기분은 참 별로였다. 서둘러 일상으로 돌아가야겠다 싶어 지낼곳도 서둘러 찾았다. 아파트인데 몇안되는 1인가구 세대가 마침 공실이어서 친한 부동산 실장님의 추천으로 운좋게 구하게되었다. 일반원룸보다 조금더 넓은듯 싶다. 욕조달린 화장실과 드레스룸까지 있고 무엇보다 29층 내 방에서 내려다보는 뷰가 너무 환상적이다. 낮에는 창밖으로 산등성이가 길게 액차처럼 보이고 그뒤로는 바다도 보인다.
맙소사 무려 오션뷰.. 저녁에는 이글이글 붉은 물결이 산을 물들인다. 밤에는 알록달록 야경이 너무 이쁘다. 서울이 아닌곳을 선택하길 잘 한것같다. 세개의 창이 파라노마처럼 이어져서 뷰를 감상할수있다.
 
어느순간부터 서울에 가는게 숨이 막혔다. 사람들이 너무 많은 대중교통,, 주차장같은 도로,, 공기반 사람반같은 쇼핑몰,, 더러운 공기,,, 작년에 한달간 한국에왔을때 콩나물시루같은 지하철에서 속이 메슥거려서 중간에 내린적이 있었다. 시드니도 호주에서 제일 큰 도시지만 이렇게까지 다닥다닥 붙어있지는 않는다. 인구밀도가 너무도 높은 서울.. 한번 갔다오면 진이 다 빠진다. 그러고보면 나도 호주의 삶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된 모양이었다. 
 

위에서 보고있으면 장난감들 같다 ㅎ

 

 

실제로보면 더 알록달록한데 사진으로는 다 안담긴다

 
 
이 동네가 참 마음에 든다. 사람들도 적당히 있고 도로는 막히지 않으며 공기도 좋고 서울에서 멀지 않고 산과 바다도 가깝다. 한국생활에 현타가 오거나 역마살이 다시끼면 공항가기도 가깝다 ㅎ 가구가 다 안들어와서 방정리가 아직 안되었지만 아늑한 내 보금자리 느낌이 제법 난다.
 

우드는 언제나 정답 ♡ 새 보금자리가 썩 마음에 든다.

 
 
오늘은 처음으로 동네 체육공원에 갔다. 저녁에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운동을 하고있었다. 시설이 아주 잘되어있었다. 축구장을 감싸고있는 레일을 따라 사람들이 조깅을 하고 있었다. 나도 그 대열에 끼어서 달렸다. 따로 또 같이.. 이런 기분인가..ㅎ 사람들과 같이 뛰지만 혼자 집중해서 운동을 즐길 수 있었다. 
 

다들 나차럼 주변 아파트에서 사는 주민들인가 보다 매일 저녁 이곳에와서 한시간씩 운동할 계획이다.

 
설레이면서도 한편으론 많이 두렵다. 남들은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고있고 이제는 자신만의 컴포트 존에서 평안한 일상을 유지하면서 살고 있을텐데 나는 나라를 옮길때마다 새로 적응하고 다시 시작하는 삶을 살았다. 베트남... 호주... 이제 한국에서 40살에 다시 시작이다.. 호주에서는 40살에 구직하는게 전혀 문제가 되지않지만 (이력서에 나이를 가늠할만한 정보를 기입할수 없다) 여기는 한국이라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게 참으로 부담스럽다. 한국 이력서를 작성하고 살짝 당황했다. 아직도 버젓이 나이를 적는 칸이 있으며 업무와 상관없는 개인적인것을 많이도 물어보는구나... 
 
무섭지만 부딪혀 보련다.. 적어도 출국할때마다 우는 엄마모습은 더이상 보지 않아도되니 참 마음이 편하다. 
빨리 커튼을 달아야겠다. 층수도 높고 건물간격도 넓어서 사생활 침해걱정은 안해도 되는데 사방으로 뚫린창이 아무래도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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