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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호주를 떠나야할 시간인가..

히저리 2023. 10. 9.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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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 출근길에 에어팟 프로를 잃어버렸다. 버스안 아니면 회사 락커룸에 떨어뜨린게 분명하다.  버스회사와 우리 회사 모두에 분실물 문의를 했는데 몇일이 지나도 내 에어팟은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않았다. 이전에도 회사에서 잃어버린적이있었지만 그때는 누군가가 주워서 직원 출입구에 맡겨놓았었다. 당연히 못찾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천사같은 직원덕에 찾게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운좋으면 찾게되겠다 내심 기대했는데 그래서 그런가.. 내 에어팟은 그길로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항상 기대하면 결과는 그 반대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뭐든 기대하는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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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뉴버전의 에어팟 프로 2세대가 나왔길래 오늘 사왔다. 이틀전에 사러 갔을때는 재고가없어서 실패.     한끼도 안먹었던터라 동네펍에와서 맥주와 파스타를(면이 불어서 나왔다...ㅡ.,ㅡ) 시켜놓고 영롱한 에어팟을 바로 껴봤다. 지난 몇일간 줄있는 이어폰을 쓰면서 무척 불편했는데 속이 다 후련했다. 언제부터 내가 이런 전자기기가없이 못살게된거지..? 사용할때는 몰랐는데 없으니 세상 불편하네. 아이폰 아이패드 에어팟 맥북,,하나도 빠짐없이 골고루 다 쓰고있다ㅎ 애플없이 어찌살았나싶네..참내... 

 

얼마전에 시드니로 출장온 직장상사를 우연히 만났다. 그 당시에는 대리님이셨는데 지금은 어엿한 차장님이되어 계셨다. 내 기억속에 차장님은 선한인상의 좋으신 분이었다. 말단 신입직원에게도 함부로 대하지않고 항상 겸손했던 분이었는데 차장님이 된 지금도 여전하셨다.

그럼 꼰대 상사들은 태초에 그런 싹수가 있어서 그렇게 된것인가.. ?

누군가 그랬다. 꼰대상사들에게도 신입사원시절이 분명있었을테지만 상사가 되고나서는 그때시절을 까맣게 잊고 꼰대로 변한다는것이다. 하지만 이분은 20대의 말단직원이었던 나에게도 꼬박꼬박 존칭을 써주셨던 그 젠틀했던 그 모습 그대로셨다.

달라진것이 하나있다면 나는 더이상 20대의 풋풋한 직원이 아니라는것..ㅠㅠ 아무도 내 실제나이 못 맞추는데 어쩌다 이렇게 나이가 든거지.. 정신건강을위해서라도 나이생각은 되도록 하지말아야겠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차장님과 전 직장동료 셋이서 가볍게 맥주한잔을 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우리가 몸담고있는 업계 이야기와 다른 직원들 안부에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러는 와중에 곧 한국에 오픈 할 대형 카지노 리조트이야기가 나왔고 차장님은 그곳에 아는사람이 있으니 관심있으면 연결해줄수있다고 하셨다. 지금 미국회사가 한국에 카지노 리조트를 건설해서 올해말에 1차 오픈예정이라 대규모 채용중이다. 나 또한 그 회사를 계속 지켜보고있었던터라 익히 알고있었다. 제안해주셔서 감사했지만 차장님이 부담되실까봐 적극적으로 물어보지는 못했다. 그런데 정말 생각있으면 이력서 전해준다고 몇번이고 물어보셨다. 그렇게 나는 이력서를 보냈고 포지션 등 차장님을 통해서 그쪽 회사와 세부적인 이야기를 하는중이다. 지난 10년간의 경력을 인정해주신것도 있겠지만 미국회사라 그런지 연봉제시 금액이 생각보다 높아서 놀랐다. 계약서 쓸때까지 아무것도 확정된건 없다. 아무것도 기대하지않으려고한다. 기대하고 예상했다가 보란듯이 반대의 결과를볼까 두렵기도하다. 늘 그랬듯이. 이제 내가 할수있는건 다 했고 그쪽 담당부서장의 최종답변을 기다리고있는 중이다. 차장님이 조직도를 보내주셨는데 내가 합류하게되면 맡게될 포지션은 중간급 관리자였다. 내 아래에 두 포지션이있고 내 위에도 둘.. 그리고 미국회사라 미팅을 포함한 모든 업무는 영어로 진행한다고 한다. 한국가면 말은 편하게 할수있겠다 싶었는데 호주에서보다 더 빡세게 영어공부해야할지도 모른다. 

 

지금 나는 또 다른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내 인생의 방향이 바뀔수있는 중요한 선택. 무엇이 나를위한 최선의 선택일까. 나는 현재 영주권 취득을위한 과정을 한단계 한단계 밟아가는 중이다. 얼마전에는 드디어 기다리던 기술심사를 통과했다. 6개월도 더 걸렸다. 제일 중요한 기술심사가 해결됐는데 지금 다 놓고 한국에 가야할수도있다(이미 운전레슨은 멈춘상태다). 시간이 지나고나면 내가 했던 선택이 잘했던것인지 아닌지는 알게되겠지만 지금 이순간은 아무도 모른다. 일단 선택먼저... 꽝인지 아닌지는 선택한뒤에 뚜껑을 열어볼수 있다는것 때문에 매일같이 치열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사실 이성적으로 생각했을때 채용이 확정되면 한국을 가야하는 이유가 호주에 머물러야하는 이유보다 더 많다.

첫째, 호주에서 받는 연봉보다 훨씬 더 받을수있을텐데 그 정도면 굳이 호주에와서 영주권을 따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호주에 왔지만 그 정도연봉이면 한국에서 더 편하게 살면서 원하는 삶의 모습도 만들수있을테니까.

 

둘째, 내가 원하는 커리어와 몸값을 업그레이드시킬수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 업계쪽 사람들은 이 큰 미국회사를 모를리도없고 그곳에서 일했던 경력은 나에게는 정말 중요한 자산이될것이다. 보아하니 나는 결혼해서 주부로는 못사는 사람이다. 그렇기때문에 혼자 잘먹고 잘살수있는 경제력을 갖추는건 내 인생에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나중에 함께 살 동반자가 생긴다해도 나는 경제활동을 멈출 생각은 없다. 나는 남자에만 의존하는 타입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사람일은 아무도 모르는거니까. 

 

셋째, 역마살 낀 딸을 둔 덕분에 내가 해외로 돌아갈때마다 엄마는 울면서 나를 떠나 보내곤했다. 지난 7월에 한국에갔다 돌아올때도 울면서 배웅하는 엄마의 모습을 뒤로하고 공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너무 무거웠다.  아직도 엄마의 우는얼굴이 생생해서 가슴이 미어진다. 내가 한국에 아예 들어간다고하면 엄마는 또 울거다 너무 기뻐서.. 항상 엄마는 많이 못벌어도 얼굴보면서 같이 사는게 낫지않냐고 했지만 나는 그렇게 살자신이 없었기에 싫다고했었다. 근데 이제 부모님도 나이가들고 나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자식이 너무 보고싶은데 항상 너무 멀리있어서 보지못해 힘들어하는 부모의 마음이 보인다. 그래서 마음이 더 아프다. 이미 나이도 많이 들었는데..나중에는 보고싶어도 볼수없을텐데..

 

넷째, 한국인이라면 다들 공감하는거겠지만 한국에서살면 많은것들이 편하다. 음식, 택배, 쇼핑, 행정처리 등등 말해뭐해...이런것들을 기꺼이 호주의 여유로운 삶과 맞바꿨지만 한국에서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살수있다면 편리한삶을 다시 가져와도된다. 여유로운삶은 한국에서도 만들수있다. 또한 친구들도 더이상 연례행사로 만나지 않아도된다. 몇년에 한번씩보니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할지도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친구의 아이들은 아장아장 걸었었는데 이미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다던가... 

 

쭉 써놓고보니 정답은 이미 나와있는데도 마음이 왜 이리 싱숭생숭한걸까. 나의 제일친한 호주친구는 처음에는 좋은기회인데  당연히 가야지라고했지만 나중에는 정말 가는거냐며,, 여기서 영주권따서 살면 안되냐며,,ㅠㅠ 다른 친구들도 가지말란다. 벌써 호주온지 6년이나 됐네.

호주가 좀 심심하고 느리지만 나랑은 곧잘 맞았던 나라였다. 완벽하다고 할순없지만 적어도 하루하루의 일상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해준 환경임에는 분명하다. 시드니는 한국의 서울과같은 도시인데 하늘에 아직도 별이 많고 하늘색도 너어무 아름답다. 미세먼지로 가득한 서울 하늘과는 비교가 안된다. 매일 하늘을 올려다보게된다. 호주의 온 이유의 반이 이 하늘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해도 될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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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하늘을 배경으로 찍은사진은 수도없이 많다. 평범하고 매일 똑같은 일상속에서 이유없이 미소짓게 만들어주는 존재였던 아름다운 호주하늘. 호주를 떠오르면 제일먼저 생각날것같다. 

 

헤어날올수없는 우리집 발코니 ㅎ 실제로보면 동네펍보다 훨씬더 분위기 좋다. 날이 조금씩 풀리니 발코니에서 보내는시간이 점점 길어지고있다. 

 

나는 발코니에서 의자에 누워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블로그에 글을 쓴다. 아니면 그냥 누워서 명상하기도 한다.

때때로 영화를 보기도하고 라면을 끓여먹기도한다.

낮에는 알록달록 초록색 나무들과 빨간지붕들이 보이는 풍경위로는 귀여운 구름이 떠있는 하늘이 있다. 

밤에는 차갑고 깊고 청명한 밤공기와 별들 그리고 알록달록 불빛들이 그 자리들을 대신한다. 나는 하루하루를 이렇게 보내고있다.

다시 한국에서의 전쟁같은 삶으로 돌아간다 생각하니 좀 숨이 막히는듯한 느낌이든다. 한국에서 살더라도 나만의 숨구멍은 마련해놓아야지. 그리고 얼마나 호주에서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추억하게될까... 얼마나 호주의 삶을 그리워할까... 그럼 다시와야지 별수있나. 

아무도 미래는 알수없다. 해외에서도 영주권지원할수있으니 한국에 가더라도 영주권 준비는 계속할 생각이다.

혹시 모르니까.. 혹시나..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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