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네집을 방문했다. 집에서 주로 나만의 시간을 즐기길 좋아하는 나는 수시로 약속을 잡고 자주 친구를 만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친구는 호주에서 집순이인 내가 그나마 가장 자주 만나는 친구로 적어도 한달에 한번꼴로 보는 편이다. 결혼해서 가족이있는 친구이기에 주로 밖에서 보거나 친구가 우리집에 놀러오곤 했지만 친구 가족들과도 이미 많이 봐온터라 오랜만에 놀러갔다. 친구는 결혼해서 8살난 귀여운 딸과 사랑스런 강아지 한마리도 키우고있다. 온가족이 여행을 가게되면 내가 대신 강아지를 맡아주곤한다. 소심하고 낯을 많이가리는 강아지이지만 나를 아주 좋아한다. 가족애가 물씬 풍기는 언제봐도 사랑스러운 가족이다.
우리는 식탁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딸아이 온유가 커서 어떤사람이 되고싶은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제 겨우 8살 이지만 공부도 곧잘하고 어른스러운 아이다. 엄마의 잔소리 없이도 스스로 공부하고 문제에대해 탐구하고 답을 찾아내는게 대견하기만하다. 최근에는 영어와 수학경시대회서 상도 탔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엄마의 똑똑한 공부머리를 물려받은듯하다. 호기심많은 온유의 끊임없는 질문에 하나하나 답해주는 친구도 대단했고 어릴때부터 다소 읽기 어려운 분야의 책들도 꾸준하게 읽어줘서 그런지 이제는 스스로 독서를 즐길줄 알게 되었고 어휘력 또한 또래에비해 뛰어난 편이다. 그런면에서 나 한사람만의 인생을 책임지는 나와는 다르게 누군가의 인생을 책임지고 바른길로 갈수있게 길을 터주는 엄마로서의 친구가 참 대단해 보였다.
다시 꿈얘기로 돌아와서 온유는 나중에크면 요일별로 매일 다른직업을 갖겠다고 했다. 월요일에는 수영강사 화요일에는 수의사 수요일에는 의사 목요일에는 바리스타 등,,, 7개의 직업을 갖고싶다고 하는 온유는 매우 신나보였다. 나에게도 그런때가 있었을것이다. 온유처럼 요일별로 직업을 갖고싶다고 생각한적은 없었지만 항상 꿈이 여러개였고 그 꿈들은 자라는동안 수시로 바뀌었다. 대통령, 미스코리아, 선생님, 아나운서, 기자, 인터리어 디자이너, 스튜어디스.. 여러개였던 꿈들은 점점 갯수가 줄었고 직업들도 점점 현실적으로 바뀌었다. 아무도 눈치 채지못했지만 처음으로 세상과 타협하는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무턱대고 되고싶었던 직업들부터 실제로 여러번 도전했다 현실의 벽을 뚫지못하고 포기했던 직업들까지… 되고싶다고 다 되는게 아니었던것이다. 아이스크림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고르듯 내가 갖고싶은 직업을 쉽게 고를수있는게 아니었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 나의 꿈을 생각하게되었을때 나는 더이상 신나고 들떠있지않았다. 그리고 이 나이에 누군가가 나에게 묻거나 내가 누군가에게 묻기에도 멋쩍은 질문이 되어버렸다.
“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꿈에대한 이야기를 할때는 보통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나중에 커서 000이 될거야” ,,,
하지만 나는 이미 다 커버린지 오래일뿐만아니라 심지어 늙어가고있다. 이런 나에게 누군가가 나의 꿈에대해 묻는다면 나는 솔직히 뭐라고 답해야할지.. 열심히 돈을 벌고 더 나은 삶의 모습을위해 끊임없이 생각했고 일을하면서 호주까지와서 살고있지만 현재 나의 직업은 지금껏 내가 되고싶었던 수많은 직업들과 거리가 매우 멀다.
나는 꿈을 잃은것일까,,,? 꿈은 더이상 내 인생에 의미가 없어진것일까? 꿈은 정말 그저 꿈일까? 만약 어릴때 꿈 꾸었던 직업을 가졌다면 뭐가 달라졌을까?,,, 한껏 들떠서 자기의 장래희망을 떠들어대던 온유를 보다 새삼 삼십대 후반, 코앞에 마흔을 앞둔 나라는 사람에 대한 꿈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나는 무엇이 되고싶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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