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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에 대해서

히저리 2020. 10. 26.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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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어떤 노래를 들을수가 없었다.

그 노래를 들으면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떠올라서 나의 숨통을 짓누르기때문이었다.

그렇다. 나는 그 노래에 얽힌 트라우마가있다.

 

누군가에게는 인생에서 다시는 들추고 싶지않은 기억이 있을것이다.

그것을 우리는 추억이라 부르지않고 트라우마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에 관한 이야기는 내 입으로 꺼내고 싶지도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것을 인정하고 싶지도않다.

나에게도 그런 트라우마가 있다.

 

내 인생은 모진곳없이 반듯하게 흐르고 싶지만

때로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런일은 나에게 닥쳐오기도 한다.

나는 지금 한동안 기피했던 그 노래를 들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이제는 이 음악을 편하게 들을수있게 되었다.

이미 내안에서 충분히 희석시켰기에 다시 이 노래를 고통없이 들을수 있는거겠지..

이렇게 되기까지 내 마음에는 얼마나 많은 생채기가 생겼을까.. 감히 상상할수도 없다.

 

 

모진곳 없는 무난한 인생을 살기위한 발악인가,,

트라우마가 있으면 안되나

루저로 보였나..

모르겠다 정답을 모르겠다.

다만 나는 이 트라우마가 없어지길 바랬다.

 

그러고보면 내 인생은 항상 그랬다.

인생에서 힘들었던 순간, 떠오르기 싫은 순간이나 기억이 닥치면 항상 무뎌질때까지 부딪쳤다.

만나고 싶지 않았던 사람이던 음악이던 장소던간에 무뎌지고 아무렇치 않을때까지 부딪히고 또 부딪쳤다.

다른사람들에게는 아무렇지않은 일상의것들이 나에게는 트라우마라는것이 싫었다.

그래서 그 과정이 쉽지않았음에도 무뎌질때까지 나는 그 행동을 반복했다.

가고싶지않은 곳은 그럴듯한 이유를들어 몇번이고 다시갔고

안좋은 기억을 떠올리게하는 음악은 자꾸들어서 새로운 기억으로 덮어질때까지 시도했다.

 

그리고나서 그것들이 남들처럼 더이상 두렵지않게 되었을때

비로소 나는 모진곳없는 무난한 인생으로 가고있다고 생각하며 만족해했나보다.. 모르겠다.

무엇때문에 그렇게 마음에 생채기를 내가면서 떠올리고 싶지않은 순간을 맞닥들이려고 했는지.

아마도 피하는것은 비겁하다고 생각했을수도 있다.

그것이 정말 나를 위한 길인지 아닌지도 모른채 피하는것은 약해보인다고 생각했던것같다.

남들은 아무렇치도 않은데 나만 하지못하는 것들이 있다는것에대한 억울함도 있을것이고.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나도 남들처럼 원하는 음악이 있으면 듣고

가고싶은 장소가 있으면 거리낌없이 당연히 갈수있어야한다고 생각했다.

 

오늘 한동안 듣지못했던 그 음악을 아무렇치도않게 들으면서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다.

그렇게 되기까지 나는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것이 결국엔 내가 행복해지는 길이었는지..

앞으로 나는 또 어떻게 할것인지.

다들 잠들어있을 시간인 새벽 3 13분에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있다.

과정이 힘들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그음악을 들으면서 더이상 예전의 좋지않은 기억을 떠올리진않는다.

그저 그 노래를 편안하게 감상할 뿐이다.

심지어 지난일을 생각하면서 미소를 지어보는 여유마저 생겼다.

 

힘들때마다 내가 항상 다짐하는 말이있다.

모든것은 마음이 가지고 노는 장난이라고..

그러니 그요망한것에 휘둘리지 말자고..

상처를 받고 트라우마가 생긴것도

그것을 극복하고 무뎌진것도

모두 다 내마음안에서 일어났다.

거칠고 험난한 파도를 견뎌냈더니 잔잔함만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잔잔함을 얻기위해 앞으로도 내가 해왔던 방식으로 살아가야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30대 초반보다 40대가 더 가까운 나이가 되었다.

지금의 나는 피할수있으면 피하는것도 나를 위한 길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트라우마라고 인정하고 다시 들쳐보지않는한

더이상의 상처도 생채기도 받을 필요가 없을테니까..

용기가 없어진건지 현명해진건지..

모르겠다.

인생은 정말이지 모르는것들 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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