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새 몇일동안 쌀을 구하지 못해서 고군분투를 하고 있었다. 갈때마다 호주마트와 한인마트 모두 쌀이 품절된 상태이고 언제 재고가 들어올지 미정이라고 한다. 여러 마트에 전화를 해봐도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즉석밥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었다. 보통 한국사람들이 아파트를 렌트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방쉐어를 줄때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주로 주방 세재와 쌀은 쉐어생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아마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이어져온 관습처럼 한국인 쉐어하우스만 쌀이 무상으로 제공된다. 그만큼 한국인에게 쌀의 의미는 큰가보다ㅎ 나도 쉐어생으로 살았을때 그렇게 제공받았기때문에 나도 제공하고있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때문에 쌀을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졌다. 덕분에 울집 쉐어생들도 굶게 생겼다 ㅠㅠ
그러다 얼마전 내 생일날에 교회 단톡방에서 생일 축하 톡을 받다가 쌀을 못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게되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교회 간사님께서 직접 온라인으로 마트재고를 알아봐주시거나 페북에서 올라오는 판매글을 캡쳐해서 보내주시고 교회사람들에게 쌀 파는곳을 물어봐 주시면서 오히려 나보다 더 적극적으로 알아봐 주셨다. 다행스럽게도 간사님이 보내주신 판매공고를 보고 연락드렸더니 쌀이 있다고해서 다음날 가져가겠노라고 했다. 차가 없는 나로서는 20키로짜리 쌀을 캐리어로 담아서 버스를 두번이상 갈아타고 다녀와야하는 험난한 코스이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기에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다음날에 그마저도 다 나갔단다…ㅠㅠ
하루종일 쌀 걱정을 하고 있을때쯤…
교회에 또 다른 간사님이 내 소식을 듣고 근처 한인마트 몇곳을 다녀보시고 쌀을 발견했다고 연락을 주셨다. 그리고 심지어 차로 실어다 주시기까지 하셨다. 본인이 드시던 현미까지 같이 담아주셨다. 이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데 생일선물이라며 쌀값도 극구 받지 않으셨다.

간사님은 essential business관련 직업이라 회사가 문을 닫지 않아서 계속 일을하실수 있었고 호주정부 지원도 받을수 없고 회사도 휴업한 내 상황을 뻔히 아시기에 도와주고 싶으셔서 이렇게 오셨던것 같다. 귀찮을법도 한데 어쩜 이렇게 자신의 일인양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는지 감사하면서도 놀라웠다. 그리고 교회의 성도분들중에 회계사분이 계시는데 받을수 있는 혜택이 있는지 알아봐주시기로 하셨단다… 너무 감사했다. 교회에대해 안좋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내가 부끄럽고 죄송했다. 너무나 좋은 사람들이 주위에 많았던 것이다.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로인해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다. 다들 힘든 와중에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은 학생과 워홀러들에게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시거나 교회에 기증을하고 계신다. 우리 교회도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도시락과 라면을 무료 배포중이다. 간사님이 꼭 와서 도시락과 라면을 가져가라고 신신당부하셨다. 그 마음이 진심으로 와닿아서 너무 고마웠다. 자기 앞가림만 생각해도 버거울 요즘인데 어려운상황에서 타국에서 한국인들끼리 서로를 챙겨주고 도와주는 모습을보고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뭉클해졌다.


외국에서 가장 조심해야할 사람이 한국인이라는 소리를 참으로 많이도 들어왔다. 낯선 타국땅에 처음 도착해서 모든것이 불안정할때 같은 한국사람이라는 이점을 이용해 친근하게 다가가서 사기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그래서 나도 초기에는 아예 한인 커뮤니티에 발조차 들이지 않았고 인맥도 넓히지 않았다. 너무 많은것들을 한인 커뮤니티안에서 의지하고 해결하다보면 분명 부작용도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경계대상이이었는데 지금 그 분들로부터 오히려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받고있다. 심지어 내가 편견을 갖고 있었던 교회에서 말이다.
얼마전 호주 총리가 자립능력이 없는 유학생, 워홀러들은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할때라는 말을 했다. 참으로 매정하고 무섭다.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 많은 사람들이 그 비싼 호주학교의 학비를 내고 공부를하고 있었고 열심히 일해서 꼬박꼬박 세금도 내고 있었다. 해석은 다양할지 모르나 나에게는 현재 가장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에게 너희들까지 케어해줄수 없으니 알아서 하던가 집으로가 라는 말로 들린다. 그리고 그들은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들외에는 그 어떠한 혜택도 줄수없다고 발표했다.
이런 서러운 상황에서 많은 학생 및 워홀러들이 한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4월3일부터 한국으로 돌아갈수 있는 전세기가 편성되었고 대도시들을 기준으로 일주일에 한두대의 전세기가 배정된 상태인데 비싼 티켓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넘쳐난다고 한다. 한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사람들은 이 상황을 그냥 오롯이 버티는 방법밖에없다. 타국에서 물리적 정신적으로 힘든상황을 겪고있는데 한인사회가 든든하게 함께 해주고 있는 느낌이들어서 그저 감사할뿐이다.
2~3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바이러스 확진자가 6,000명에 육박한다. 어쩌면 좋으냐...ㅠㅠ 아래 링크는 세계의 확진자 정보를 볼수있는 사이트이다.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지도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및 기타 통계
google.com
난 학생도 아니고 워홀러도 아닌데..학교를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영주권자는 아니다. 그동안 유학하면서 쓴돈이 아까워서라도 남은 비자기간동안 열심히 돈벌려고 했던 나의 아무진 꿈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삼켜버렸다.
한국이라는 민족은 정말 신기하다...위기가 닥치면 한마음으로 함께 극복하는 모습을 보면 저런 모습들이 어디서 갑자기 나오나 싶어 놀랄때가 있다. 이전에도 우리가 어려운 시기를 함께 해쳐나왔듯이 함께 힘을 합쳐야할때는 언제 서로를 헐뜯었냐는듯이 똘똘 뭉치는게 정말 대단하다. 맨날 헬조선이라고 살기싫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달았는데..
거의 준 전시상황에서 폭동이 일어난다해도 놀랍지 않을 상황인데 지금 한국은 세계에서 코로나에 가장 잘 대처하고 있는 나라이다. 이것은 국민들이 협조하고 서로 뭉쳤기때문에 가능한 일일것이다. 그 기운이 여기 시드니에서도 스며들고 있다.. 따뜻하게...
'My Aussie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드니 외출금지 운동/ 바랑가루 리저브/달링하버/ 코로나 바이러스 외출 / (0) | 2020.04.22 |
---|---|
스웨덴 집단면역 정책 (0) | 2020.04.17 |
호주 시드니 코로나바이러스/ 외출 금지령/ 사회적 거리두기 (0) | 2020.04.04 |
내가 좋아하는 시드니 도서관 3곳 강추 ! (0) | 2020.03.29 |
코로나 바이러스를 견디고 있는 시드니의 현재 상황 2020.03.28 (feat 인종차별) (0) | 2020.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