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코로나 바이러스 신규 확진자가 눈에 띄게 줄었고 오늘은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는 뉴스를 봤다. 그와 함께 나의 인내심도 점점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너무 답답하고 속이 터질것같다못해 우울증이 걸릴것 같았다. 그래서 잡다한염려(사회적거리두기, 외출금지, 인종차별)들을 지긋이 누르고 조심스레 운동을 나가보았다. 운동은 외출금지 제외사항 중 하나로 규정해 놓았기때문에 마음이 조금 놓인다. 누가봐도 운동할것같은 옷을 장착하고 밖을 나섰다. 오랜만에 화장도 했다.
내가 사는 동네는 페리 선착장도 있고 강을끼고 산책로가 이쁘게 잘 정비되어 있어 눈이 즐겁게 운동할 수 있다. 이곳은 바랑가루 리저브(Barangaroo Reserve) 라는 곳이다. 우리집에서 걸어서 15분이면 갈수 있고 항구가 이곳까지 쭉 연결되어있어 길따라 가다보면 하버에 요트나 페리들이 정박해있는 워터뷰가 매우 아름답고 위화감을 느끼기에도 아주 좋다;; 저 요트주인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부럽;
우리집은 회사까지 걸어서 3분이면 갈수 있는 거리에 있다. 렌트비가 결코 저렴한곳이 아닌 이곳에 이사와서 회사가 셧다운 되는 바람에 수입없이 렌트비 내는데 마음고생이 심한상황에 이 동네의 쾌적한 인프라라도 제대로 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하게도 집주인님께서 이 기간동안 렌트비를 인하 해주셨다. 다른 주인들은 거절하거나 의미없을정도로 아주 적은 금액을 깎아주었다고 하던데 그에 비해 나는 부담을 덜수있을 정도로 렌트비를 내려주셨다. 2달간이니 그안에 코로나가 끝났으면 좋겠다. 그런데 쉐어생이 코로나여파 때문에 일자리를 찾아 지역이동을 하는바람에 쉐어생을 구해야 한다. 요즘 새 쉐어생 구하기가 여간 힘든것이 아니다. 렌트비의 압박이 점점 목을 조여온다... ㅎㄷㄷ
이곳에는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있었고 붉게 물드는 석양을 배경삼아 요가를 하는사람도 있었다. 이 시기에도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일상의 행복을 채우고 있었다. 뺨을 스치는 강바람을 느끼며 나도 열심히 뛰었고 곧 석양이 이쁘게 내려앉았다. 물가에 마냥 앉아서 철썩철썩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오늘에서야 나는 내 마음을 들여다 보았다.
오랜만에 마음편히 아무것도 하지않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음악도 듣지 않았다.
그랬더니 내면에 더 집중할수 있었다.
오히려 이 시기가 쉬어가기 좋은
아주 합리적인 핑계거리라고 생각하니
내가 지나가고있는 이 터널이
그다지 힘들고 고통스럽지 않아도 될것같았다.
나 열심히 살았으니까..
예기치 않게 너무 많은 시간속에
덩그러니 남겨져 혼란스러웠다.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된 느낌마저 들었고
이 상황이 원망스러웠다.
한 고비를 간신히 기어올라가면
또 다른 언덕이 보란듯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 앞에 나는 점점 작아졌고 자신감을 잃어갔다.
우울증도 함께.
머릿속에는 너무 많은 생각들에 이미 포화 상태다.
오늘 여기서 많이 버리고 가야겠다.
훠이훠이.. 저리가... 좀..
집에 돌아갈쯤되니 노을이 수평선에 아름답게 깔려있었다.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마음은 더 가벼웠다.
돌아가는 길은 달링하버를 지나쳐 갔다. 이곳은 하버를 따라 펍과 레스토랑이 있어 평소에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시드니의 명소중에 하나이다. 지금은 모든 펍과 레스토랑들이 문을 닫았지만 여전히 야경은 아름다웠다. 오늘은 신규 확진자가 많이 감소되어 학교를 부분적으로 오픈한다는 뉴스를 보았다. 하루빨리 다른 비지니스도 재개해서 더 매력적인 달링하버의 모습을 봤으면 한다. 다 정상으로 돌아오면 모든일상이 감사하고 소중하게 느껴질거 같다. 꼭 여기로 다시 술마시러 와야지 ㅎ
캐나다 정부는 비자상태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이천불을 일시로 지급했다고 한다. 그리고 가스비나 전기세같은 빌 납부를 유보해주었다고 한다. 맞다. 코로나는 시민권자만 고통받는게 아니란 말이다. 참으로 인도주의적인 정책이 아닐수 없다. 나는 한국에서 일한기록도 없고 세금을 내지도 않았기때문에 한국에서 수당을 받을수도 없다. 여기에서 학비를내고 세금도 냈지만 시티즌이 아니라고 아무것도 받을수 없다. 나같은 사람들이 지금 호주에 수두룩하다. 회사 동기들은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는다 (그들은 호주인이니까) 노조가 노력을하지만 정부의 방침을 쉽게 바꿀수 있을지 모르겠다.
서러운 타국생활에서 철처하게 외면당한 이 외노자는 오늘도 온갖 풍파에 맞서 꿋꿋이 버티고 살아남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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