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Aussie life

코로나 우울증극복/ 코로나 우울증 대처/ 우울증 극복하기

히저리 2020. 5. 8.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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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란한 마음을 뒤로하고 산책을 나왔다. 석양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세계 곳곳이 코로나로 시름하고있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있다. 어떤곳은 폭동이 일어나기도하고 당장먹을 끼니를 걱정해야할 정도로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사람들도 있다. 도시는 셧다운되었고 사람간의 교류도 쉽게 할수없다. 우리가 지금껏 살아왔던 평범한 일상이 먼나라 이야기처럼 들려서 서럽고 슬프다. 

 

락다운이되고 첫몇주는 이시간을 불평하지말고 자기계발을위한 시간으로 알차게 활용하고싶었다. 그래서 하루루틴도짜서 규칙적인생활을 유지해 오고있었는데 그러는 동안에 우울증이 서서히 나를 잠식시키고 있었다. 몇일전부터 무기력하고 만사가 다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공부는 당연히 손에 잡히지도 않을 뿐더러 소화불량에 두통 불면증까지 생겼다. 

우울증이 온것이다.  몇일을 우울함속에서 허우적대다 오늘 꾸역꾸역 집밖을 나왔다. 어떻게 체하지않고 마음의 병을 자연스럽게 보낼수있을지 오늘 많은 생각을 했고 나름의 방법을 찾기도했다. 

우울증이 온것같다. 이것이 코로나 바이러스 우울증인가. 무엇을 먹어도 소화가 안되고 지독한 투통이 나를 괴롭힌다. 잠도 잘 안와서 밖이 환해져야 겨우 잠든다. 직업특성상 남들 출근할때 퇴근해서 아침에 잠드는 생활에 익숙했다. 밤낮이 바뀌어 생활했던 그때도 불면증 한번 걸린적 없었는데 일을 안하고있는 지금이 더 잠들기 힘들다. 누워있으면 오만 잡생각이 나를 집어 삼켜버려서 명상 동영상을 틀어놓고 자는데도 별 효과는 없다.

매일 해야하는 데일리 루틴이 있는데도 공부고 나발이고 무기력하게 몇일째 드라마랑 영화만 주구창창 보고있다(영화리뷰할것은 많겠다;;) 16부작 드라마는 이틀이면 다 보는것 같다;; 현실도피인가. 적어도 보는동안은 골치아픈 현실에 대한 걱정나부랭이는 안해도 되니까. 친하게 지내는 언니가 전에 했던 얘기가 문득 생각난다. 내가 범죄 스릴러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하는데 심적으로 외로워서 이런 장르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어느정도 신빙성은 있는것 같다. 같이 범인을 추적하면서 영화에 빠져들다보면 시간도 잘가고 나를 힘들게하는 감정에서 벗어날수 있으니까. 벗어난다기보다는 영화를 보는동안은 우울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마비시킨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것이다. 확실한건 외로움은 아니다. 중국어공부는 두권 중 첫번째 책 마지막 챕터만 남았는데 몇일째 책을 펴지 못하고 있다. 공부는 안하고있지만 내심 신경이 쓰여서 더 짜증이 난다.

유투브에서 한 정신과 전문의가 우울증에대해서 이야기하는것을 봤다. 나를 힘들게하는 그런 감정들은 억누르거나 해소하는것이아니고 물 흐르듯이 그 감정을타고 자연스럽게 지나쳐야한다고. 우리의 감정은 개인이 컨트롤할수 있는것이 아니라고 했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타인의 시선을 생각하지않고 솔직하게 대화로 풀어나갈수 있어야 한다. 또한 대화를 할만한 상대가 없을때는 자신만의 일기장이나 SNS에 쏟아내는것도 좋은 방법이고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몇년전 퇴사하고 멜번으로 생각정리도 하고 진로고민도할 겸 갔던 멜번여행이 생각난다.

저녁을먹고 호텔 앞 야라강위에 있는 선상펍에 갔다. 배위에서 바람도 쏘이면서 한잔하고 있을때 뉴질랜드에서 온 내 또래의 여자와 친해져서 한동안 긴대화를 했던 적이 있었다. 내가 왜 이런이야기까지 하지? 싶을 정도로.. 그 친구는 결혼을 했고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필라테스강사로서 사업을 하는 친구였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했다.

우린 비슷한 나이였지만 살아온 모습은 완전히 다르기때문에 서로에게 자신의 경험을 조언해주기도 했다. 그때 심란했던 마음이 많이 정리가 되었던것같다. 그날 처음 본 우리는 서로에대한 편견이나 오해없이 서로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들어주고 조언해줄 수 있었던것이다. 그 친구에게 이메일주소를 받았는데 메모를 잃어버렸다 ㅠㅠ

나는 내 감정을 스스로 잘 컨트롤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만이었다. 사실 지금도 뭐가 문제인지 어떻게 해야 이런 우울감에서 벗어날수 있는지 모른다. 동전 앞뒷면 뒤집듯이 우울함을 한번에 해결할수 있는방법은 없는것 같다.인터넷에 우울증 해결하는법을 검색하면 실외활동을 자주하고 집에있지 말라고 조언한다.

예전에 힘든일이 있었을때 그렇게 해봤었다. 내 인생에서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일을 겪었던 시기었다. 하지만 일시적인 효과만 있었을뿐이다. 집에오면 우울한 감정이 다시 되살아났고 그 현실을 외면하려고 굳이 매일같이 나가서 밖에앉아 있거나 도서관에 가곤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우울한 기분이 잠깐 멈췄다 다시 시작되는것 뿐이었다. 마치 옷이 더러운데 빨지 않고 새로 세탁한것처럼 페브리즈로 그위를 덮는것과 같다고나 할까. 심지어 요즘은 화창한 날씨에도 더 우울해질때도 있었다. 내가 우울함을 느끼는 장소에서 벗어나서 기분전환을 한다해도 그 공간은 내가 결국 돌아가야할 장소다. 오히려 그곳을 더 우울한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울한감정을 느끼기싫어서 계속 집밖에 나가있을수는 없는거니까.

정답은 아직도 모르지만 다만 일상에 우울함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되 너무 깊어져서 땅속으로 파고들어가지 않게만 신경쓰면되지 않을까싶다. 아예 떨쳐낼수 없다면 내몸의 일부처럼 끌어안고 가는것도 방법이 될수 있을것이다.

오늘은 맛있는 음식을 해먹고 산책을 다녀왔고 같이사는 동생이랑 수다도 좀 떨었더니 확실히 마음의 무게가 가벼워졌다. 우울해져도되니 그때 내가 원하는 감정이 무엇인지 관찰해서 그 부분만 충족시켜보자. 다른건 몰라도 셧다운이 풀리고 일을 다시 시작하게되면 불면증과 우울감은 한동안 볼일없을거다. 코로나 우울증이니까 그부분이 해소되면 분명 나의 정신건강에 많은 부분이 좋아질것이다.

어느덧 성큼 가을이 왔다. 해도 짧아지고 꽤 쌀쌀해 졌다. 오랜만에 산책을 갔는데 너무 황홀한 선셋이 나를 반겨주었다. 붉은 노을이 사방을 다 태우는것처럼 느껴졌다.

 

어릴때 EBS 방송에 나온 화가 밥아저씨가 생각난다. 주로 호수와 그 주변을 둘러싸고있는 나무를 그리셨는데 붓으로 톡톡치면 나무와 숲이 금새 그려졌다. 그러면서 항상 "참 쉽죠~"라는 말씀을 하셨더랬지. 인생도 그렇게 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잘못 그렸으면 다시 지우고 "톡톡" 하면 되니까.

파도가 바위에 철썩철썩 부딪히는 소리를 계속 듣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넘실거리는 물결도 좋다. 석양이 질때까지 수평선 끝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너무 밀어붙이지말고 시간을 갖고 나를 위해 기다려 주기로 했다. 몇일 아무것도 안하고 시간 날리면 어때. 내 일상으로 돌아오는 길위에 있으면 된다. 하루하루 소소한 행복을 찾고 조금씩 변하면 된다. 오늘 이글거리는 석양을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앞으로도 코로나가 아니라도 인생에서 크고작은 시련들이 찾아올텐데 능구렁이처럼 의연하고 덤덤하게 잘 스쳐지나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번주 일요일은 호주의 Mother's day 이다. 안타깝게도 Father's day 는 없다. 그래서 마트에서 꽃을 팔고 있었다. 조화처럼 색이 어찌나 예쁘고 선명하던지 보는내내 기분이 좋았다. 30대가 되어서 달라진게 몇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꽃을 좋아하게 된것이다. 길가다 예쁜꽃을 발견하면 사진찍고 엄마에게 전송도 한다 ㅎ 조만간 유채꽃밭 한가운데서 꽃받침하고 사진찍을 기세다. 거의 모든 엄마들이 다 가지고있다는 국민사진 ㅎ제주도 가고싶네..

우울증이 찾아올때마다 내가 하는 방법이 있다. 나에게는 도움이되는 방법인데 다른사람들에게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건 바로 사람사는 냄새가 풀풀나는 인간극장같은 프로그램을 보는것이다. 잘생기고 이쁜 연예인들이 나오지는 않지만 우리내 평범한 이웃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정겨운 느낌이 든다. 그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삶의 가치와 그들만의 방식으로 행복하게 인생을 사는 모습을 보면 나도 기분이 덩달아 좋아진다. 저렇게 살아도 행복할수 있구나.. 싶은 다양한 인생을 들여다볼수 있어서 나는 휴먼다큐프로가 좋다 (사실 모든 다큐멘터리는 다 좋아한다). 이 방법은 우울한 감정을 없애기위해 외출할 필요도없다.

4일동안 동굴에 있었는데 오늘 한 발자국 밖으로 나왔다. 내일 또 한발자국 나가보자.

코로나.. 너란 놈... 만나면 한대 쳐주고 싶은데 만나서도 안되고 보이지도 않고... 이런 ... 씨...

오늘은 일찍 잠들었으면 좋겠다.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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