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나뿐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을 바꾸어 놓았다. 현재 호주 정부의 방침대로 Essential business 를 제외한 대부분의 회사는 셧다운을 하는 상황이기때문에 우리회사도 임시로 문을 닫았다. 덕분에 나는 가진거라곤 시간과 렌트비 걱정뿐이다 :(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쉬고있어서 모두 힘들때이다. 엄마는 힘들면 생활비라도 부쳐주겠다고 하셨지만 이 나이에 부모님에게 손 벌리기에 여간 마음이 불편한게 아니다. 빨리 호강시켜드리고 싶은데 아직도 고생하는 부모님을 보기에 마음이 좋지 않다. 그래서 지금은 괜찮으니 입에 거미줄치는 날이 오면 그때 말하겠노라 했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이 시기를 무던하고 담담하게 보내려고 노력중이다. 그래서 그동안 다짐만 수백번했던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나는 요즘 중국어공부 영어공부 책읽기 영화보기 그리고 중간에 먹고 자고 싸기..ㅋ 를 반복하면서 이 어두운 터널을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
본의 아니게 음식이 다 떨어져서 냉장고가 깨끗해지는 바람에 일주일 동안의 칩거생활을 마무리 짓고 생필품과 음식을 사러 외출을 하기로 했다. 걸어서 20분거리에 쇼핑몰이 있다. 나는 호주의 이쁜 하늘을 매우 사랑한다.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깨끗한 공기도 (산불때문에 하늘이 잿빛이 되었을때 내 마음도 잿빛이 됐었다 ㅠㅠ) 그래서 종종 음악과 함께 걸으며 호주만의 사랑스러움을 만끽하곤 한다.
내가 사는 아파트 입구에 코로나 바이러스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왠지 이문을 나가면 다른 세상이 나올거같은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마스크를 쓰고 마음을 다 잡고 나가 본다. 일주일만에 나왔을 뿐인데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가는길이 왠지 서글퍼졌다. 길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고 매우 조용하고 적막한 느낌마저 들었다. 마치 영화에서 보듯 지구 종말의 모습같기도 하고.. 활기찬거리의 모습은 찾아 볼수 없었다. 아무튼 처음 느껴보는 이상한 기분이 들어 이상했다.
언제 이 상황이 끝날지 몰라도 마음을 잘 다스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는동안 간간히 사람들이 눈에 띄었는데 나같은 동양인들은 백프로 마스크를 착용했고 대부분의 서양인들은 역시나 착용하지 않는다...징그럽게 말을 안듣는다.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4명의 백인들은 오늘밤 파티를 하려나 보다. 술을 한박스 사서 어깨에 걸치고 신나게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저 사람들이 내 옆집 사람들만 아니기를 바란다..
쇼핑몰에서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길에서 봤던 사람들보다는 많았다. 많은 샵들이 문을 닫거나 세일 간판을 붙인것을 볼수 있었다. 대기업도 휘청이는 판국에 개인 사업자들은 정말 힘들겠다는걸 몸소 느낄수 있었다.
우유과 계란이 다 떨어져서 사야했는데 살수있을까 걱정이 됐다. 그래도 걱정할 정도로 심각하진 않았다. 생각보다 많은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다만 주식으로 먹는 쌀, 파스타, 빵, 육류 같은제품들은 부분적으로 진열대가 비어 있었다. 쌀이 다 떨어져가기 때문에 사야했지만 오늘은 실패다. 한인마켓에가면 언제든 살수 있었던 김치는 사기 힘든 레어 아이템이 되었다(오늘은 김치대신에 라면먹을때 피클, 생양파와 함께 했다-.,-)
23살때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처음와서 내 인생에서 가장 걱정없이 행복한 한해를 보냈었고 지금은 시드니에 산지 3년이 되어간다. 다행이도 지난 4년동안 피부로 와닿는 인종차별을 받아본적이 없었다. 어떤 몰상식한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가하기도 한다. 실제로 주위에서 또는 다양한 매체에서 이런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어왔다. 특히 요즘에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더 민감해진 상황에서 한국인에 대한 적대적 감정이 생긴것같다. 바로 얼마전에도 한국 남성이 호주인에게 갑작스런 폭행을 당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바이러스 퍼뜨리지 말고 한국으로 돌아가라며.. 무지하다고해야하나 아니면 알면서 그냥 싫으니까 억지부리는건지.. 바이러스를 핑계거리삼아 인종차별을 합리화 시키는것인지 모르지만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불편한 시선들을 나는 오늘 분명히 피부로 느꼈다.
서양인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아픈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있는것 같다. 아픈사람으로 보이기 싫어서, 따가운 시선이 불편해서 그런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 아마 그들에게는 마스크를 차고있는 내가 위험종자로 감지된것일까? 물건을 사고 계산을 하기위해 카운터로 갔는데 계산원이 내가 가지고 온 물건에 손을 대지않고 나에게 “너가 직접 스캔해” 라고했다. 그 직원은 아무것도 터치하지 않았다. 내가 직접 바코드 스캔하고 물건을 내 카트에 담고 카드기계에 내 카드를 긁었다. 바이러스때문에 정책이 바뀌었나보다 싶었다. 다른 손님들은 어떻게하는지 보려고 했으나 뒤에 줄이 길어서 시간을 끌수없어 확인하지 못하고 나왔지만 나는 분명 그 직원의 불편한 시선을 느꼈다.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시선이었다..
그리고나서 아래층으로 내려가기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각각 다른층에 두사람이 타려고하다 내가 안에 있는것을 보고 한사람은 타지않았고 다른사람도 주춤하더니 나에게 타도 되냐고 묻고나서 주춤주춤 엘리베이터를 탔다. 어색한 침묵을 견디지 못해 마스크 안써도 괜찮아?하고 물어보니 응 난 괜찮아 난 아프지 않거든… 이라고 했다. 어떤직원은 한발자국 물러나서 이야기하라고 하기도 했다 ㅡ.ㅡ 난 이미 코로나에 걸린건가… 다른 손님과는 가까이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나서는 이게 인종차별인가 싶었다. 중국인인지 한국인지모를 어떤 동양여자가 마크스를 차고 나타나서 바이러스를 퍼뜨릴까 두려웠나. 정말 몰라서 그러는건지…이해할수가 없다.
얼마나 바보같은 생각인지.. 내가 정말 아파서 마스크를 썼을까? 바이러스에 걸렸으면 병원에 있어야지 거기서 쇼핑하고 있을수없을텐데 말이다. 정말 내 상식으로는 이해할수 없었다. 너무나 이기적이고 무식하다는 생각밖에 안든다. 바이러스에 걸려도 14일동안은 본인도 인지할수 없는데 그동안 마스크없이 여기저기 활보하고 다니면서 지나쳤던 사람들에게 끼칠 위협은 생각하지 않는건가… 누군가는 본인때문에 사경을 헤멜수도 있고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아직도 시민들의 경각심은 여기저기 붙어있는 안내문이 무색할정도로 낮은 상황이다. 어떤 여자는 정작 마스크는 쓰지 않으면서 쇼핑카트 손잡이를 닦고있었다. 입과 코를 무방비로 열어놓은 상태에서 쇼핑카트 손잡이를 열심히 닦고있는 모습을 보니 한심함이 쏟구쳤다. 미국도 한달전까지만해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지금은 뉴욕시티의 어느 누가 자신있게 마스크없이 시내를 활보할수 있을까. 죽기를 작정한 사람이 아니라면. 제발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나와 내 주위의 사람들을 배려했으면 좋겠다. 마스크대신 화장실 휴지를 사재기 할때가 아니란 말이다. 실제로 저번주에 휴지가 한롤밖에 없어서 마트에 갔었는데 진열장이 깨끗하게 비어있었다.
하루빨리 이런 엉망진창 상황들이 진정되고 보통의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다시금 활기차고 사랑스러운 호주의 모습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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