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 거의 또 일년만에 글을 쓰는구나.. 나란 여자도... 참..
2차락다운이 되서야 비로소 블로그를 열어볼 여유가 생겼다.
여유가 생겼다고해야할까.. 답답한 마음을 표출할 나만의 창구가 필요했던걸까.. 아무렴.. 어때..
지난 6월 25일 자정을 기준으로 호주 시드니는 2주간 단기봉쇄에 들어갔다.
원래는 일주일이었는데 바로 다음날 일주일이 더 연장되었다.
밤 8시에 출근하는 우리들은 자정부터 락다운에 들어간다는 정부발표를 들었는데
회사에서는 아무런 소식이없어 일단 출근하고 4시간만 근무하고 돌아와야하는지
아니면 그냥 출근을 하지 말아야하는지 몰라서 어리둥절 했었다.
나를 포함해 다들 일 중독증에 걸린사람들이라 이번 락다운때문에
자의로 쉬지못하는 우리들은 이렇게라도 잠시 쉴수있게되었다고 좋아라했었다.
나 또한 투잡과 병행하느라 한동안 쉬지를 못했기에 이참에 집에서 푹쉬어야겠다 생각하면서도
락다운에대한 안좋은 기억들과 그시간동안 심리적으로 얼마나 힘들게 버텼는지 알기에 마냥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그리고 나만 유일하게 호주정부에서 보살펴주지않은 임시비자 소지자이다 (다들 영주권자나 시민권자이다)
그래서 이상황이 나에게는 더 다른느낌으로 다가왔을거다.
현재 매일 신규확진자가 나오고있는 상황이다.
원래 1~2명대로 매우 낮았었다. 실제로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전혀 다른세상에 살고있다는 느낌마저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한공간에서 축제나 스포츠경기를 마스크없이 즐기는것을 보고
마치 코비드 이전으로 돌아간것처럼 보였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라는게 정말 대단한 파급력을 가진 모양이다.
고작 5일만에 200명의 확진자가 생겨났다.
오늘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학생이 감염되었다는 뉴스를 읽었다.
그 바이러스가 병원에 퍼지게되면 락다운은 다시한번 연장될지도 모를일이다.

오랜만에 글을 쓰기위해 블로그를 열었는데
나의 이전글 제목이 "언제 닥칠지 모를 위기에 대처하기" 였다...
다시 락다운을 맞이한 이 시점에서 나는 그동안 위기에 대처하기위해 잘 준비를 해오고있었는지 되돌아보게되었다.
음... 일단 멈추지않고 미친듯이 일했다.
다시 장기로 락다운이되면 준비되지않은채 막막하게 그시간을 견디고 싶지 않기때문이다.
어떤날은 일터 두곳을 번갈아가면서 일하다가 24시간을 훌쩍 넘겨버린적도 종종 있었다.
펍매니져가 산 송장같아보이는 내 얼굴을 보더니
나의 시프트를 싹뚝 잘라버린탓에 더이상 그렇게 일할수 없었지만
한동안 그정도로 일에 미쳤었다. 그러다 죽을수도 있다는 소리도 듣고....
그런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건데 돈보다 더 중요한 그것을 내가 놓치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나는 첫번째 락다운때 스트레스때문에 반복했던 행동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었다.
허한시간을 채우려 마트에가서 필요하지도 않는 뭔가를 자꾸 사려고했고
계속해서 냉장고에 음식을 채워넣었으며
끊임없이 음식을 만들었고
강박적으로 이시간에 생산적인 무엇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오히려 차라리 잘됐다하고 푹 쉬어도 될법한데...
지금 생각해보면 단 하루도 쉬는날을 만들기가 왜 그렇게 힘들었나 싶다.
충분히 쉴수있는 상황임에도 그렇게 나는 일에서 손을 놓지 못했다.
얼마든지 내가 원하면 일주일이든 이주일이든 쉴수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것을 얼마전에 알게되었다.
같은회사에서 일하는 나보다 한살 많은 언니가있다.
그 언니는 캠핑과 다육식물을 키우는데 남다른 애정이있다.
언니가 나를 보더니
"너무 일만하지말고 우리 캠핑가자 좀 쉬어야지"
나 또한 내가 얼마나 호주에서 살수있을지 몰라도
남은 날을 개미처럼 일하면서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나름 결심하고 4일을 휴가내서 우리는 얼마전에 캠핑을 다녀왔다.
너무 즐거운 시간을보내고 왔다.
그리고 돌아와서 4일동안 휴가 가느라고 일하지못했던 시간을 다른날로 채우고있는 나를 발견했다...
4일을 쉬었으니 더 짧아진 기간안에 평소와 같은 근무시간을 맞추려 더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쉬려고 간거면 쉬는걸로 끝내야하는데 그만큼 돈이 줄어드는것을 견딜수가 없나보다 나란 사람은...
나란사람은 언제든 쉽게 쉴수있는 사람이 정말로 아니었다.
전에는 하루전날에도 호텔예약해서 바로 떠나곤했었는데 이제 그렇게 하지못하는 내가 서글퍼졌다.
일 욕심이 많은건지, 돈 욕심이 많은건지 아니면 코로나에 대비하려고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건 내 마음이 어딘가 불편한가보다.
자꾸 미친듯이 일을하려는걸 보니....
이 마음을 잘 다스렸어야하는데.... 더 세세하게 들여다봤어야 했는데..
어제는 보슬비가 내리는 공원에서 열심히 달리고 왔다.
머리부터 운동화까지 다 젖었고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고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비 맡으며 뛰는건 처음이었는데 일탈하는 느낌도들고 제법 상쾌했다.
나뿐만 아니라 꽤 많은 사람들이 비오는 공원을 열심히 뛰고있었다.

젖은 운동화는 베란다에서 아직 건조중이다.
하나밖에없는 운동화가 말라야 다시 나갈수있다.
숙제가 생겼다. 어떻게 내 마음을 알아차릴수 있을지...
요즘에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전에 읽다가 마무리하지 못한 책 "순간의 힘" 을 읽고있다.
여기서 이런말이 나온다. 한 병원의 시스템과 서비스를 개선하고자하는 상황인데
병원 의료진이나 직원들은 문제를 해결하려고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무엇이 중요한지에대해 집중해야할 필요가있다고 말한다. 환자에게 정말 중요한것은 무엇인지...
나 또한 내가 처한 상황에대해 문제점, 해결책만 찾고있었는지도 모른다.
가장 중요한것이 무엇인지 간과한채...
이 글을 쓰고있는 지금도 모르겠다.
무엇이 지금 이시점에서 가장 중요한지... 내가 무엇을 원하고있는지...
이 허한마음은 정말 코비드가 가시면 저절로 없어지는것인지,
왜 나는 일을 멈추지 못하는지... 뭐를 위해 그러고 있는지...
가진거라곤 시간뿐이니 이 시간동안 곰곰히 생각해 봐야겠다.


빨래를 하고 방청소를 했다.
그리고 몇개월 전에 이사를 했다. 이제는 혼자살고있다.
생판 모르는 누군가와 한집에 사는건 정말 쉬운일이 아니다.
사용한 세탁물은 세탁기에 빨아서 깨끗하게 만들고
침대시트는 새것으로 갈고
쌓인 먼지는 닦아주면 상쾌해지는데
내 마음은 어떻게하면 상쾌해질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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