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을 해본사람은 알것이다.
해도해도 끝이없고 드라마틱하게 티가나진 않지만 멈추면 확 지져분해진다는것을.
오래 혼자살다보니 어느정도 사람살만한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기위해서는
누군가의 끊임없는 희생이 필요했었다는것을
20살이후 독립하고나서도 꽤 오랫동안 살다가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엄마는 아무도 알아봐주지않는 이일을 몇십년동안 꾸준히 해왔었구나..
정말 집안일은 양파같다. 해도해도 해야할것들은 매일 생긴다.
마치 한번도 청소하지 않은것처럼 뻔뻔하게 나를 바라보고있는듯 하다. 해맑게...
어제 청소기돌렸는데...벌써.. 머리카락이 이렇게나..
어제 소파커버를 다 벗겨서 세탁을하고 다 마른 커버를 오늘 씌웠다. 손이 까지고 시뻘개졌다.
그리고 청소기를 돌렸다 카페트속에 얽혀있을 머리카락과 먼지들은 제거되었겠지만
겉으로보기엔 역시 크게 달라진건 없다.
청소를 다하고나면 엄청나게 후광이 비친다거나 새집에 막 들어온듯한 효과가 생기면 집안일 참 할만할것같을텐데..
그러면 내가 한 노력에 사람들이 더 알아봐주고 고마워 할텐데 말이다.
그리고나서 밥을 했다.
이젠 설거지를하고 저녁을 만들어야하는데.. 아... 짜증나..
설거지 한번에 몰아서 하면 어때.. 난 이제 나만의 시간을 좀 가져야겠어..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좀 써봐야지.
너무 매력적인 제임스 맥어보이의 영화가 갑자기 보고싶어져서
어톤먼트, 23 아이덴티티, 엘리노어 릭비: 그남자를 다운받는 중이다.
그동안 나는 내가 좋아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여긴 날씨가 제법 더워졌고 저녁에는 베란다문을 열어놓으면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집안일을 잠시 내려놓으니 일상속 잔잔한 행복들이 보인다.
석양을 배경삼아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쓰고있는 나는 행복하다.
선선하지만 춥지않은 바람이 베란다를 통해서 들어온다.
제발 아랫집 테라스에서 피는 담배냄새가 오늘은 안넘어오길 바란다..
시드니의 두번째 락다운이 드디어 끝이 보인다. 다음주에는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
그동안 공부좀 하려고했는데 공부는 살짝하고 운동과 집안일에 몰두해있었다.
덕분에 락다운기간동안 더 많이 먹었는데도 살이 찌지않았다.
한시간반씩 파워워킹하고오면 그렇게 상쾌할수가없다.



새로운 조깅코스를 발견했다. 왜 나만 몰랐지..
날씨가 화창할땐 화창한대로 기분좋고
석양이지고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할때는 아름다운 풍경을보면서 감성에 젖어볼수있다.





특히 비가 내리는날이 몹시 매력적이다.
보슬비가 오는날에하는 운동은 선물같다. 보슬비보다 좀더 내려도 괜찮다 하지만 폭우는 안된다;;
집을 나설때는 살짝 쌀쌀해서 머뭇거려지지만 일단 발을 내딛고 달리기시작하면 금새 날아갈듯이 시원해진다.
빗물이 얼굴에 튀고 차갑고 시원한 바람이 뺨을 스친다.
운동을 마치면 세수한것처럼 얼굴이 흠뻑 젖어있는데 그마저도 너무 좋다.
마치 일상속 일탈같기도하고 영화에서처럼 빗속에서 고독하게 훈련하는것같은 착각에 빠지기도한다.
무엇보다 비맞고 옷젖는것을 참 싫어하는 나에게
억압되고 자제되었던 내안의 욕구들이 기분좋게 분출되는 느낌이 황홀했다.
생애 처음으로 우산없이 집밖에 나가봤고 진정한 자유를 맛봤다.
이젠 비가오는날이 기다려진다.
비오는날이라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조금 쌀쌀했지만 나는 이내 기분이 좋아질것을 알기에 개념치 않았다.
사람이 얼마없어서 더 여유롭게 운동을 할수 있었다.
숲길을 지나 들판으로 넘어갈때쯤 비가 그치기 시작했고 날이 개었다.
굳은날에도 운동을나온 나에게만 몰래 보여주기라도 하듯 무지개를 살짝 비춰주었다.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
오래보면 더 이쁘다.
운동하고 마시려고 단백질 파우더를 샀다.
단음식을 좋아하지 않기때문에 초코렛맛보다는 바닐라가 낫겠다고 생각해서 샀는데
바닐라가 초코렛보다 달지않을거라는 편견을 완전히 버리게해주었다...
단백질은 마시긴 해야하는데 너무 달아서
어릴적 엄마가 지어준 보약마시듯 눈을 질끈감고 후딱 마셔버린다.
그래도 그 큰통이 다 먹어가니까 뿌듯하다.
양이 줄어든 만큼 운동을 했다는 얘기이니까.
다만 다음엔 초코렛맛으로..


아직 헬스장이 열지않아서 야외운동밖에 할수없다.
다행이도 10월11일부터 미용실과 짐을 포함한 가게들이 오픈할 예정이다.
내가 잘라서 삐뚤빼뚤한 뒤통수를 하루빨리 수습하러 미용실에 가야하는데
이번달안에 예약하기는 글렀다. 이미 다 차버렸네;;
한인 커뮤니티 카페에서 어떤 한 주부가 자기 남편머리는 이미 단발머리가 되었다며
하루 속히 미용실이 오픈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 분보다는 내가 급하지않으니 양보하는 셈치고 나는 다음달에 가련다..
운동할때는 마스크착용이 의무가 아니지만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기때문에 악명높은 호주의 자외선을 차단하려면 마스크라도 써야한다.
햇살이 심한날에는 모자도 눌러쓰고 나간다.






호주 사람들은 운동을 참 좋아한다.
어딜가도 항상 뛰는 사람들을 볼수있다.
신규 확진자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때 식료품을 사거나 병원을 가는것과같은
필수활동을 제외한 모든 활동이 제한되었을때조차 운동은 예외였다.
확진자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굳이 운동을하러 나와야하나 싶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운동은 필수라 여기는것 같았다.
이제는 알것도 같다.
락다운기간중에 호주정부는 싱글버블(singles bubble)이라는 정책을 발표했다.
혼자 락다운기간을 보내는 1인가구를 위해 한사람을 지정해서 정기적으로 방문을 할수있게하는 제도였다.
그 사람은 파트너일수도있고 친구나 가족중에 한명이어도 된다.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호주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느낌이 들었다.
운동도 아마 이와같은 맥락일것이다.
운동은 신체를 단련시키는 행동 그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운동을 식료품을 사고 병원을 가는것과 같은 필수적인 활동으로 보는것은
운동이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락다운 기간동안 운동을 하면서 무사히 버텨왔던것처럼.


이제 내일 2차접종을 맞고 다음주에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
설거지를 한번하지 않았을 뿐인데 저녁시간이 신기하게 여유롭다.
일도 하지않는 요즘에 나는 은근히 바빴다
아무도 강요하지않은 내안의 강박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정한 수준으로 내 공간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어야하는 강박관념말이다.
일을하지않는 요즘 이것저것 청소하고 정리해야할것들이 눈에 띈다.
그것들을 해치우다보면 어느덧 하루가 꼬박 지나고만다.
이젠 그 강박을 좀 내려놔야겠다. 나에게 여유를 줘야겠다.
요즘에 나를 보면 전업주부같다.
무슨 집안일을 그렇게 매일같이 해대는지...
그냥 때로는 그냥 다 내팽개치고 내가 좋아하는거하면서 내 행복에만 집중해야겠다.
꼭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오늘밤 새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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