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Aussie life

브리즈번 여행 (22 October 2023)

히저리 2023. 11. 3.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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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워 시드니를떠나는 짧은 여행을 계획했다. 2년전에 다녀왔지만 역시나 가장 만만하고 가까우면서 나의 최애도시인 브리즈번을 선택했다. 관광할것이 아니고 쉬러가는거라 2박3일이면 나쁘지않은 기간이라 생각했는데 최소 3박4일은 되어야겠더라. 첫날 오후 3시에 호텔체크인을하고나면 곧 저녁이라 그곳에서 온전히 하루를 보낼수있는날은 둘째날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은 오전 11시에 체크아웃을 해야하니 정작 호캉스를 즐길수있는날은 단 하루뿐인것이다. 물리적인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래도 나의 브리즈번은 언제나 나를 따뜻하게 맞이해주었다. 정말 별거없는 작은 도시인데 나는 이곳에 올때마다 아늑하고 따듯한 느낌이 들어서 언제나 설레인다. 

 

아마 내 해외여행의 첫 도시가 브리즈번이어서 그럴것이다. 우물안 개구리로 20년을 넘게 살아오다 처음으로 맛보는 외국이라는 도시. 다행이도 좋은 추억들을 많이 쌓았고, 좋은 사람들만 만났다. 그 덕에 브리즈번을 갈때마다 거리곳곳에 나의 23살때의  흔적이 남아있는것같다. 추억의 장소나 거리를 지날때면 그때의 내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처음으로 맛본 자유로운 외국의 어느도시,, 친구와 함께 갔던 클럽,, 종종갔던 팬케이크 집,, 허구헌날 지나다녔던 거리,, 급여받는날 큰맘먹고 돈쓰러간다고 갔었던 파스타집,, 다 그대로다. 그 앞을 지나가면 그때의 나로 돌아간것같아서 잠시 설레인다. 여행객에게는 별거없는 도시일수있지만 나에게는 잔잔하고 아기자기하면서도 추억가득한 사랑스러운 도시가 브리즈번이다. 


숙소는 시티 한가운데에 있는 하얏트에 묵었다. 아무곳도 안가고 늘어져쉬는걸 좋아하기때문에 늘어져쉴수있는 야외 수영장이 좋은 호텔을 선택했다. 하얏트호텔은 시티한가운데에있어 접근성도 좋고 수영장도 잘되어있어 편리하게 쉴수있을것같았다. 호텔은 예상대로 위치도 좋았고 시설도 깔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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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은 썬베드와 가까운거 빼면 다 좋았다. 도시에있는 호텔이다보니 수영장규모가 크지는 않았다. 여유롭게 썬베트에누워 음악을 듣고있다 물벼락을 맞을수있다는 얘기다... 내 머리, 옷, 핸드폰, 선글라스, 책이 물이 젖었지만 당사자는 그저 열심히 수영을하면서 지나갔다. 나의 평화로운시간을 망쳐버린 그 아시안 남자에게 조심하라고 소리질렀다. 미안하다는 말도없이 그저 오케이... 하고 끝내버리네 쩝.. 아무튼 둘째날은 아침을 먹고 늦은오후까지 수영장에서 뒹굴거렸다. 책도읽고 음악도듣고 컬러북과 색연필도 가져와서 열심히 색칠공부도했다. 초딩때이후로 한적없었지만 심신정리하기에는 좋은 방법이다. 머리속이 복잡할때 음악들으면서 하나둘씩 색을 입히다보면 잡생각도 사라지고 한가지일에만 집중할수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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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수영을하지 않을때까지는 정말 평화로웠다ㅎ 그래도 전반적으로 조용했기에 만족스러웠다. 날씨도 시드니보다 따뜻해서 썬베드에 누워있자니 잠이 솔솔.. 나른해졌다. 색칠공부도 열심히 했다. 오랜만에 좋아하는곳에서 좋아하는것을 하면서 푹쉬고왔다. 다음에는 좀더 오래있다 가야지...♡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사우스뱅크에 갔다. 항상 느끼는거지만 퀸즈랜드 사람들은 시드니 사람들보다 더 여유로운 기운이 느껴진다. 같은 퀸즈랜드 주라도 골드코스트 사람들은 브리즈번 사람들보다 훨씬 더 여유로워보였다. 한국인 입장에서 시드니도 여유롭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몇년을 살다보니 호주내에서도 도시마다 차이가 보인다. 도시가 작을수록, 바다나 산처럼 자연을 접할수있는 거리가 가까울수록 사람들이 더 자유롭고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그날의 날씨도 좋았고 사우스뱅크의 인공비치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일광욕을 즐기고있었다. 나는 아기자기한 식당과 카페가 모여있는 골목으로 향했다. 이곳에서도 사람들이모여 여유롭게 브런치를 즐기며 하루를 만끽하고있었다. 이동네는 마치 촬영장세트처럼 골목골목이 참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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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름다운 날씨는 감출수가없다. 어두컴컴한 유리창이 예쁜 액자가 된것같다. 올때마다 브리즈번에서 살고싶다는 충동이 일어난다. 맛집이라고 찾아간 모모치킨. 식사종류도 많아서 시켰는데 치킨만 맛있나보다;;

 

나름 맛집을 찾아다녔는데 후기에비해 다들 실망스러웠다. 이번 맛집 탐방은 실패했다. 대신 브리즈번의 아름다운 날씨와 여유로운하루로 대체했다. 사우스뱅크로 가는길에 길에 놓여진 피아노를 연주하는 한 남자를 봤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더위도 식힐겸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를 감상했다. 피아노소리는 언제나 좋은것.. 좋아... 브리즈번도 너무 좋아...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길에 누군가가 길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하고있었다. 소리를따라 가보니 시티 한가운데에서 본인이 작곡한듯한 음악을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남자가 있었다. 와인을 마셔야하는 순간이라고 생각이 들어 얼른 맞은편 레스토랑 이층으로 올라갔다. 와인한잔을시켜서 공연이 잘보이는 자리에앉아 음악을 감상했다. 이곳은 23살때 우리가 돈생기면 가끔씩와서 파스타를 시켜먹으며 즐거웠던 그 레스토랑이다. 30대 후반이되어 왔어도 여전히 나를 즐겁게해주는 추억의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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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도보고 밤이되어 카지노로 향했다. 브리즈번에서 가장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는 ㅎ (특히 밤에 ㅎ). 호주는 가게와 식당이 대부분 일찍 닫기때문에 야행성인 내가 밤에 갈만한곳은 많지 않다. 유일하게 카지노에서 음식과 술 커피를 늦게까지 마실수있다. 물론 여행왔으니 게임도 할 예정이다. 술과 도박은 재미가 없을수가 없다. 나름 나만의 게임 규칙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게임을 즐겼다. 중간에 쉬면서 와인도 마시고 직원들과 수다도 한바가지 떨다보니 시간이 잘도 갔다. 운이 좋았는지 내 돈에 4.5배를 땄다. 나도 놀라고 직원도 놀라;;; 소질이 있나 싶기도 하고.. ㅎㅎ 카지노에서 게임안한지 일년이 넘었는데 이번에 운이 좋았나보다. 매일했으면 운이 좋을수가 없겠지.. 덕분에 무료여행이 되었다. 딴돈으로 카드값도 선결제하고 이번에 주식도 더 샀다 ㅎ 아주 알차고 즐거운 여행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걱정없이 행복했던 일년을 보냈던 브리즈번은 언제나 나에게 친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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