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Aussie life

지금 이순간에 머물기 (feat.혼술/시드니 펍 추천)

히저리 2024. 3. 5.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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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 중후반.. 우리동네 슈퍼에는 수입맥주 세캔을 만원에파는 만원의행복 행사를 종종했었다. 그 바람에 참새가 방앗간을 벗어나지 못하는것처럼 나는 언제나 슈퍼에들려 만원어치 500미리 맥주 세캔을사서 집에가곤했다. 개운하게 샤워를 마치고  군만두를 안주삼아 맥주를 마시며 좋아하는 티비프로그램을 보는것은 내 일상의 소소하지만 큰 낙이었다. 그리고 십여년이상이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호주에서 그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는것을 오늘에야 알아차렸다. 달라진것이 있다면 맥주에서 와인으로 바뀌었다는것뿐. 
점점 빈 와인병이 늘어나고있다...
자기전 한두잔 마시는 와인에 하루동안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좀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술마시는것 자체를 즐겼다면 한두잔으로 족하지 않았을것이다. 아마도 나는 퇴근 후 조용히 와인을 마시며 차분히 나만의 시간을 즐기는것이 좋은것같다. 
 
혼자마시는 술은 너무 매력적이고 힐링 그 자체이다. 기분전환을 하고싶으면 깔끔한 바나 로컬 펍에가기도 한다. 혼자있다고 주의시선에 불편을느낄 필요는없다. 그저 내가 그곳에 온 목적에만 집중하면된다. 혼자라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핸드폰만 주구장창 들여다보거나 누군가랑 끊임없이 통화를하며 "나는 혼자여도 혼자가 아니에요" 라는 무언의 어필은 하지않아도 된다. 그날 그곳에서 나를 본사람들은 내 인생에서 평생 마주칠일없는 스쳐가는 사람들일뿐이고 그 사람들 인생에서도 혼자 술마시는 나는 기억조차없다 그러니 내가 하려고했던일에만 집중하면 그만이다. 분위기좋은 술집에서 음악을 들으며 조용히 술마시는것은 현재에도 내 일상의 소소하지만 큰낙이다. 정말 조용하게 혼술을하고 싶다면 에어팟을끼고 음악을 들으며 마시자. 내상황에 더 집중할수있을뿐만 아니라 낯선사람들과 시도때도없이 스몰톡을 남발하는 호주사람들로부터 쉽게 벗어날수도있다. 음악을 듣느라 자연스럽게 못들은 척을 할수있다ㅎ
 
혼자 술마시면 몇가지 좋은 점들이있다. 내가 원하는 만큼만 마실수있고 다른사람들의 페이스를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집에가고싶으면 언제든 바로 일어날수있다. 술값도 내것만 생각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생각정리하기 너무 좋다. 약간의 알콜은 오히려 더 깊게 생각하는데 도움을 주는것같다. 하루동안 쌓인 피로도  훌훌 털어버리기에도 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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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변비가 심해진거같다. 건강한 장건강을 위해 각종 베리류와 석류를 넣고 아래쪽에는 오트밀을 깔고 위에는 무가당 그릭요거트를 올려 매일 먹고있다. 이렇게 4개를 한번에 만들어 냉장고에 넣고 다음날에 하나씩 꺼내먹는다. 오트밀이 부드러워져서 먹는데 전혀 부담이 없다. 홀그레인 sourdough 빵과 크림치즈 & 커피로 느즈막히 하루를 시작한다. 지금까지 건강에 좋다고 열심히 먹었던 일반 요거트는 먹지 않기로했다. 실제로는 설탕덩어리..요거트의 배신이었다..

 
 
나름 신경쓴 건강식을 간단히 마치고 출근준비를 했다. 속눈썹샵에 갔다가 출근하다보니 한시간 좀 넘게 일찍 회사 근처에 도착하게되었다. 그렇게 일찍 회사건물에 들어가기는 싫어서 근처 분위기 좋은 로컬 펍에서 좋아하는 화이트와인과 피자를먹고 가기로했다. 우리 회사 근처에는 동네 펍이 꽤 많이있다. 그중에서도 분위기가 제일좋고 손님들도 괜찮은 편인 #gallon 으로 갔다. 하지만 술과 음식가격은 제일 사악하다(얇은 도우의 작은 6조각 피자한판이 26불 ㅎ혼자 한판을 다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다 ㅋ) 나도 그 근처 펍에서 4년 가까이 일하다 저번주에 퇴사한터라 일반 다른가게보다 비싼것이 확 느껴졌다. 그래도 괜찮다 와인도 좋았고 피자도 맛있었고 분위기도 좋았으니.. 오히려 맛없는 음식에는 1불도 아깝다. 와인 두잔과 피자한판을 먹고 50불이 넘는 돈을내고 나왔다. 비싸긴 비싸드아... ㅎ
 
 

Gallon Pyrmont - Wine Bar & Restaurant

Lunch - Dinner - Drinks - Functions. A secret haven in the heart of Pyrmont with a focus on locally sourced, fresh produce.

www.gallon.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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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전이라 한잔만 마시고 가려고했는데 너무 좋아서 한잔을 더 마셔버렸다. 그렇다고 취할일은 없지만 출근전 음주라 양심의 가책이 ㅋ 흠흠... 시간이 얼마없어서 금방 일어났지만 좀 더 머물고만싶은 공간이었다. 사람들이 꽤 있었지만 시끄럽지않고 적당히 활기찬 따뜻한 분위기인 동시에 나만의 시간도 온전히 갖을수있었다. 같이있는듯 따로있는 느낌이 나쁘지않았다. 나는 아마 이 느낌을 좋아하는것같다. 집에서 마실수도있지만 굳이 나가서 마셔야하는 날이 필요한 이유이다. 
 
얼마전에 게으르다는 착각이라는 책을 읽었다. 행복을 음미하는데 도움이되는 사고습관 중에 인상적인 문구가 떠오른다. 

지금 이순간에 머물기 : 지금 이순간에 머물며 경험이 일어날때 집중한다. 주의를 분산시키는 요인들을 무시하고 경험에 집중한다. 
순간을 온전히 만끽한다는 뜻이다.
여느 현대인들처럼 저자 또한 생산적으로 시간을 사용해야한다는 강박감에 점심시간에 부리토를 입에 쑤셔넣으며 이메일에 답장하기 바빴지만 이제는 야외에서 좋은 장소를찾아 느리게 음식을 음미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미시간호  근처에서 시원한 산들바람을 만끽하려고 노력한다고.
 
주위에 시선은 이제 그만 끄고 내 경험에 온전히 집중하고 행복을 천천히 음미하는 삶을 우리는 이제 그만 가져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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